신학은 학문이 아니다!하나님의 은혜로 신학교를 설립해 신학 교육에 몸담은 지 36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소명감과 젊은 패기 하나로 시작했다. 조그만 미인가 신학교로 출발해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시절 가정 큰 소망은 학교가 교육부 인가를 받는 일이었다. 국내외 신학교에서 공부한 유수한 신학자들을 많이 초빙,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많은 영재를 모아 교육하고 배출해 하나님 일꾼으로 세우기를 원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 일들이 다 이뤄졌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금 해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오늘날 우리 학교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신학교와 교회를 보면서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한 신학자가 “신학이 발전한 국가일수록, 그리고 신학자가 많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교회가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처음 들었을 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우리나라 신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또 신학자를 많이 초빙하려 하는데, 이 모든 노력이 결국 교회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기도했다. 그러다가 바로 ‘신학’이 그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과거의 신학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공부하고 이를 깨닫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그 본질이었다. 과거의 신학자들은 자신의 살아 있는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신학을 했고, 생명을 바쳐서라도 신학을 수호하려 했다. 과거 우리 방배동 신학교가 비록 미약하였으나 뒷산은 마치 개구리가 우는 것처럼 기도 소리가 우렁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신학교에서 성령이 주시는 생명보다 학문적인 직업을 더 높이 평가하게 됐다. 국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학자를 많이 모셨지만 학생들이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학자들이 공부하느라 새벽에 기도를 안 하는 것도 보았다. 학생들은 설교 준비를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음성을 들으려 하기보다 성경 주석과 설교집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교수들이 강의해 이런 목회자를 배출해내면 한국 교회의 미래가 어둡게 될 것은 뻔하다.
나는 그래서 몇 년 전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담대하게 외쳤다. 이 말을 들은 우리 대학 기독교학부 신학자들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10년, 20년을 공부해 학위를 받았는데 신학이 학문이 아니라니? 학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많이 설득돼 진심을 알아주고 있지만. 나는 정말로 신학이 학문이 아니라고 믿는다. 신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신학을 학문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신학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그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성경을 배우는 과정일 뿐이다. 신학자들은 다 자신의 삶을 하나님을 위해 바친 주의 종들이고 그 안에는 복음에 대한 열정이 더욱 충만해야 한다. 신학교는 목회자 될 사함들이 모여 고락을 같이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해 왔다.
신학의 본질을 정립하는 것이 내게 주신 소명이며, 또한 이 시대에 우리 한국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이대로는 하나님의 교회를 살릴 수 없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 그 영혼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교회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릎 꿇고 기도해 능력 받아 목회하는 진실한 목회자를 길러야 한다. 다시금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할 때다.
설립자 장종현 목사